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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onspiring to Voyeurism, Performance and Installation, Mixed Media, 2018, Installation Size Variable

Conspiring to Voyeurism, Performance and Installation, Mixed Media, 2018, Installation Size Variable

 
 

생체실험실 2018

실험보고서

실험 제목: _____의 쇼윈도우, 관음에 동조하기

실험자: 김진혁

실험일시: 2018년 5월 19일

실험장소: 인디아트홀 공 별관(공도사)

실험실 운영시간: 오후 2시 ~ 5시

 

 

1. 실험의도 및 목표

관객들에게 관음적인 시각행위를 유도하는 설치-퍼포먼스 작업을 통해 관객이 시각과 ‘인식’에 내포된 폭력성을 적극적으로 실천하고 드러내도록 유도한다.

 

2. 이론적 고찰

어떤 대상을 받아들이고, 이해하는 행위는, 결국 대상의 이미지를 자신이 가진 틀에 가두는 것으로 끝난다. 이는 내가 사진가로 무의식적으로- 또는 지극히 의식적으로- 행해왔던 바이다. 본 실험을 통해 관음적인 행위를 관객들로 하여금 적극적으로 실천하게 함으로써 시각이 가진 공격성에 대해 인지하게 하고, 반성적 성찰의 계기를 제공한다.

 

3. 문제 인식

인공적인 설치물과 의도된 퍼포먼스를 통해 실험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가?

 

4. 가설 설정

(본인이 사진작업 대상으로 삼아온) 드래그 메이크업 행위에 대한 관찰자가 아닌 실천자, 대상자가 되고, 관객들이 이를 관찰하게 만드는 설치물을 통해 유도기제를 제공함으로서 시각의 폭력성이 드러나는 상황들을 연출할 수 있다.

 

5. 준비물

일방향적 시각행위를 가능케 하는 외시경, 외시경이 설치된 천막, 관객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한 “관음에 동조하는 방법”에 대한 문자적 설명, 해당 실험에 앞서 기획-실험자가 작성한 노트를 기반으로 만든 음향(현장 상황에 따라 생략), 작업의 모티브를 설명할 수 있는 최소한의 텍스트.

 

6. 실험방법 및 순서

1) 실험이 진행되는 윈도우를 암막지로 가리고, 실험실 외부에서 내부를 일방적으로 관찰할 수 있는 외시경 다수를 암막지에 설치

2) 관객들의 참여 유도를 위해 암막지 위에 해당 실험에 참여하는 Instruction 텍스트 제공

3) 본 실험의 실험자는 실험시간동안 실험 공간 안에서 타인에 의해 메이크업을 당하며,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욕망을 일방적으로 투사 당하는 대상자의 역할을 맡음.

4) 관객들은 이를 일방적으로 관음하고, 실험자의 형태를 보고 자신의 방식대로 관찰하고 기록함.

5) 가능하다면, 실험에 참여한 관객들이 자신들의 방식대로 기록한 기록물을 공유

 

7. 실험 결과

1) 시간당 약 8-9명의 관객 참여를 유도했다.

2) 해당 실험에 대해(소셜네트워크 홍보로) 사전에 인지하고 있던 관객들은 실험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었으나, 즉흥적인 현장 참여자들은 실험의 참여와 의도 파악에 어려움을 겪었다.

3) 실험의도와 목표는 부분 달성하였으나, 관객의 현장참여를 충분히 고려하지 못한 설치물의 미흡한 완성도로 인해 부분적인 실패를 경험했고, 보완 필요성을 인지했다.


8. 가설 검증

기획한 의도에 맞게 기제를 설치하고, 해당 작업론에 맞는 기호들로 작업을 구성해도 관객의 적극적인 참여가 선행될 때야만 해프닝의 의미생산가능성은 배가된다. 그렇지 못할 경우, 설치-퍼포먼스를 통한 해프닝 작업은 제한적인 의미전달에 국한될 뿐이다.

 

9. 오차 및 검증

1) DRAG를 퍼포먼스 작업에 차용하면서 – 친절한 설명이 동반되지 않을 때, 해당 작업 자체가 가지는 의미는 다소 증발한다. 애초에 해당 기제를 통해 어떤 의미생산을 기대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2) 중장년층이 많은 실험공간 특성상 관객의 참여를 유도하는데 있어, Instruction을 영어로 작성한 것은 친절하지도 효율적이지도 못했다.

3) 해프닝을 목적으로 하여도, 관객이 시각적으로 감상할 수 있는 최소한의 조건을 갖춰야 한다. 본 전시에서 사용된 외시경은 크기나 선명도 면에서는 아쉬움이 없었지만, 전시 자체가 3시간 동안 진행된다는 점에서 관찰하는데 큰 어려움을 겪었으며, 대부분의 관객-참여자들이 머무른 시간은 5분 미만이었다. 비록 외시경은 낮 시간대에 반투명 거울을 사용할 수 없어 차용한 기제이지만, 해프닝이 일어나는 시간길이에 따라 다양한 상호작용성이 증가한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조금 더 소수가 참여하더라도 시간을 저녁 시간대로 바꾸는 것이 효율적일 것이다.

4) 또한, 시각적으로 드러나는 변화가 본격화되는 메이크업 초기 화장 이후부터 퍼포먼스를 진행했을 때 관객의 흥미도를 밀도 있게 붙잡을 수 있을 것이다.

 

10, 개인에게 미친 영향

본 실험은 최초에 향후 진행될 개인전시의 홍보를 염두에 둔 프리뷰 및 검토를 위한 퍼포먼스로 기획됐었다. 이후 생체실험실이라는 단독적인 전시형태로 구성단계를 거치면서 전시자체가 퍼포먼스와 설치를 통한 해프닝 유도가 어떻게 관객의 참여를 이끌어내고, 우리가 논하고자 하는 문제의식을 말할 수 있을지 고민하게 됐다. 이 과정에서 최초 기획단계에서는 생략되어 있었던 현장 참여 가능성을 고려하게 되었고 (그로인해 외시경을 차용하게 됐다), 나아가 기획자는 시각에 의한 피해자라는 새로운 페르소나로서 전시에 참여하게 됐다. 의도한 것처럼 “관객들에게 관음적인 시각행위를 유도하는 설치-퍼포먼스 작업을 통해 관객이 시각과 ‘인식’에 내포된 폭력성을 적극적으로 실천하고 드러내도록 유도”하는데에는 제한적인 성과를 얻는데 그쳤다. 하지만, 시각의 피해자가 되는 과정에서 오히려 타인의 시선이 차단된 방에 스스로를 위치시키는 것에서 모종의 감정적 안정감, 해소를 느꼈다. 시각의 폭력성으로부터 벗어나서가 아니라, 스스로 외부에 시각적 폭력성이 존재한다는 것을 명확하게 규정하고 그에 대해 분명하게 의식했기 때문이다. 폭력성은 현상으로 드러났을 때 가장 폭력적이지만, 드러나지 않았을 때 다양한 잠재태로서 개인의 행동을 저변을 선점하고, 개인을 검열한다. 오늘날, 특정 콘텐츠를 본다는 것은 보이지 않는 잠재적인 폭력성에 대한 방어적 의식행위일 수도 있다. 보이지 않는 악귀를 쫒기 위해 행했던 쥐불놀이와 같이 말이다. 이런 차원에서 본다면 단순히 본 실험과 같이 단순히 본다는 것을 유도하는 해프닝 전시가 기획자의 의도한 주제나 담론을 전개하는 것을 넘어, 기획자-관객참여자가 함께 주어진 현상을 마주하고, 잠재된 공포를 드러내는 치유적인 형태로 이뤄질 수도 있지 않을까? 본다는 것의 폭력성 – 그 폭력성을 야기하는 근본적인 방어적 태도를 이완시키는데 역할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발전 가능성을 기대하며 – 문제의식의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낀다.